2010년 2월 14일 이른 새벽.
겨울비가 내리던 날 골목에서 음쓰를 뒤지던 아이가 저를 보더니 저에게 다가왔어요.
둘러봐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조금 기다려 봤지만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어요.
그대로 두면 얼어 죽을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데려가서 참치와 밥을 주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보호소 같은 건 몰랐었고, 전단지를 붙이고, 강아지 찾는다는 전단지를 찾아 보기도 했지만 결국 한 달이 되었어요.
"우리 인연인가 보다. 같이 살자."
말을 알아 들은건지 정확히 한 달을 현관 앞에서만 지내던 아이가 방으로 들어오네요.
그렇게 11년 조금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개는 마당에서 키워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를 개빠로 만들어 놓고, 2020년 11월 16일 새벽 4시 53분 강아지 동산으로 떠났어요.
저만 혼자 남겨 두고ㅠㅠ
혹시라도 강아지 어린 나이에 아프거나 일찍 떠나 보낸 분께 왜 그렇게 일찍 아프고 떠났냐고 묻지 말아 주세요.
당사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죄인이 되고 죽어버리고 싶어져요.
며칠 사이 심하게 말라버린 우리 애기.
전 날 부터 하루 종일 안았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밤을 새고, 마지막 숨을 쉬고 심장이 멈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워낙 청소쟁이라 이불에 묻을까 걱정해서인지 입도 벌리지 않고 괄약근도 열지 않고 눈만 반쯤 뜬 채로 그렇게...
너는 떠날 때 까지 엄마 걱정을 하는구나.
예정된 아이었기에 잠깐 사이에 혼자 떠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제 품에서 마지막 숨을 쉬었어요.
안은 채로 펑펑 울다가 안은 채로 몸이 굳어가서 바닥에 눕혔어요.
안고 있으면 제 온기가 전해져 혹시 잠깐이라도 깨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가 작고 심하게 말라서 너무 빨리 굳었나봐요.
선물 받았던 튼튼한 과일 상자에 눕히고.
너무 작아ㅠㅠ
아침 일찍 꽃을 사다가 장식했어요.
사 온 꽃으로 부족해서 베란다에 있는 국화까지 잘라 넣고, 최애 인형과 사료, 간식을 넣어 줬어요.
밭에서 해가 가장 많이 드는 곳에 묻고 꽃을 자른 국화를 심었어요.
심은 국화는 겨울 동안 말랐지만 봄이 되니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하네요.
지난 몇 달 동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사진조차 보지도 못하고 미친 사람처럼 살았어요.
꿈 속에서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꿈은 꿈이고 실제로 만질 수도 없고, 발 꼬순내와 독한 방귀 냄새조차도 맡을 수 없으니 그게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기록을 하고 영상을 만들고 나면 제 정신상태가 어느 정도는 돌아오지 않을까 해요.
미친 소리 같겠지만 일부러 찾지 않아도 어느 날 반드시 저에게 돌아올 걸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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