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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마흔에는 홀가분해지고 싶다 제1장 - 오카다 이쿠

by 쥬블로그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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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마흔의 여성에게 유해한 것들

1. 비교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7p

"마흔에는 홀가분해지고 싶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의 마음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인가?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둔다? 담배를 끊는다? 헛된 연애를 그만둔다? 당신이 몇 살이든, 그 일이 무엇이든 직관에 따라 지금 당장 그 일을 그만두기를 나는 강력하게 권한다.

매일의 일상에서 부지런히 쓰레기를 비우듯이 마음속도 쓰레기로 가득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일과 안 해도 되는 일은 구별해서 취사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자유 시간을 최대화하기 위해 '하다'를 생각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안 하다'를 의식하며 살아 보는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은 무리하지 않고, 안 해도 되는 일은 제거해 나간다.
크고 작은 다양한 인생의 짐을 최소한으로 만들기 위해 내린 결단이 인생의 작은 흐름을 만들어 조금씩 원하는 삶의 모습을 선물해 줄 것이다.
 
나에게는 고행인 일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즐거워 천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있는 무수한 선택지를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서로의 적성을 고려하여 잘하는 일들을 역할 분담한 후에 각자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대가를 치르면 된다.
 
'모두가 하니까'라는 식으로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은 완벽한 인간상을 목표로 삼고 의욕이 노예가 되기보다는 그만둘 의지를 발휘하는 쪽이 스트레스나 삶의 고단함을 훨씬 줄여 준다.

이 같은 자세로 심플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디자인해도 괜찮지 않을까.
 
억지로 좋은 사람인 척 미소 짓지 않기, 마음이 내키지 않는 권유는 거절하기, 어색한 인간관계는 끊어 내기, 혼자 고독한 시간 가지기.
그렇게 팔방미인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만으로도 매일의 우울함이 누그러졌다.
 
또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줄곧 금전적인 부분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는데 절약이 아닌 낭비를 그만두고, 타인과의 비교를 그만두자 수중에 소유한 자산으로도 어떻게든 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이상으로 돈을 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당장 살을 빼지 않아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면 우리는 조금 더 자신의 응석을 받아 줘도 괜찮다.

여러 욕망을 채우기보다 자신의 신체가 간절히 원하는 음식만을 섭취하고 나머지는 남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깝다는 마음을 행동의 구실로 삼지 않는다.
'모두가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초조한 마음도 점점 사라진다.
 
마흔을 눈앞에 두고 내가 그만둔 가장 큰 일은 일본에서의 삶이다.
도쿄에서 태어나 서른다섯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다른 지역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데 마흔이 되어 처음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것도 해외로 말이다.
 
지금은 인터넷 환경만 조성되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장 기분 좋은 상태로 매일 편안하게 호흡하며 지낼 수 있는 지역으로 가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면서 미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비자를 취득해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프로젝트 단위로 기업과 계약해서 보수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일은 광고 대리점이나 디자인 회사의 사무실이나 집이나 여행지에서 원격으로 자유롭게 집행한다.
 
나는 해마다 자연 임신의 가능성이 떨어지고, 따로 출산을 계획하지 않아서 아이를 낳는 일도 아마 없을 거다.
우리 부부는 뉴욕의 임대 아파트에서 지내는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에 집도 안 살 거고, 차도 없기 때문에 운전도 안 할 거고, 외식도 많이 하기 때문에 집에서 밥도 거의 안 해 먹고, 집안일도 늘어질 수 있을 만큼 게으름을 피운다.
 
결단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표리일체다.
사실 새로운 도전이나 갓 세운 나의 규칙, 우리가 하는 것의 뒷면에는 무수하게 그만두어 온 것이 붙어 다닌다.
얻으면 놓는다.
놓으면 얻는다.
정답은 없으니 몇 번이고 다시 선택할 수 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그리고 그만두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앞으로의 인생에 여전히 여백은 많다.
가능한 백지상태로 더더욱 홀가분해지고 싶다.

마흔의 여성에게 유해한 것들

 

2. 하이힐을 벗어던지다 27p

옷장의 높은 선반에 하이힐을 죽 진열해 놓았다.
접이식 사다리를 타지 않으면 손이 닿지 않는 위치로 특별한 때에만 꺼낸다.
도쿄에 살던 시절에는 일상적으로 신었던 7~9센티미터 하이힐이 지금 살고 있는 뉴욕에서는 거의 잠들어 있다.
이유는 정말 단순히 도로 사정이 너무 나빠서다.
 
미국 여성은 틈만 나면 하이힐을 벗는다.
영화 <라라랜드>의 여주인공도 파티가 끝나자마자 바로 하이힐을 벗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다음 장면에서 춤을 추기 위한 시퀀스였겠지만, 뉴욕에서 데이트나 파티를 오갈 때 나는 이처럼 행동하는 여자들을 자주 목격했다.
하이힐은 걷기 위한 신발이 아니라는 취급이다.
 
평일 낮의 사무실에서도 당연하다.
일류 기업의 북적대는 빌딩 엘리베이터에서 연봉이 높아 보이는 전문직 여성이 명품 가방에서 회심의 펌프스 한 켤레를 불쑥 꺼낸다.

목적지 층에 도착하자 태연한 얼굴로 '또각또각' 소리를 울리면서 단골 고객과의 거래가 있을 상담실로 향한다.
흔한 광경이다.
 
아무 데서나 훌렁 갈아입기가 아니라 훌렁 갈아 신기다.
보기에 썩 아름답지는 않으나 흠잡아 화낼 만큼의 버릇없는 행동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3. 쇼핑으로 다 채울 수 없는 마음의 공백 33p

사회인이 되고서 능률적인 일의 방식에 대한 해설서를 몇 권 읽었다.
그중에서 가장 감명받은 것은 어느 한 성공자의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을 결정하세요'라는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이 말을 내 식으로 해석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빼기를 배우자'라고 결심했다.
더하기 모방을 그만두고 빼기 모방을 하는 것이다.
타성을 끊어 내면 그만큼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남는 시간과 돈은 자신다워지는 일에 쓰면 된다.
 
일러스트레이터 마츠오 타이코가 1년간 정장을 구매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책을 냈다.
이른바 '패션 단식'을 선언했다.
타이틀만 보면 어려워 보이나 자세히 읽어 보면 방법이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우선은 100일.
 
나도 할 수 있을까. 의심하며 도전해 보았는데 100일 정도는 어렵지 않게 지속할 수 있었다.
옷을 새로 사지 않기로 결심하고서 스타일을 진지하게 고민하자, 옷장에서 도무지 활약의 기회를 얻지 못해 파묻혀 있던 옷들의 존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만져 보면 두근거림이 느껴지지만, 헌 옷 가게에서 비싸게 팔릴 듯하지만, 지금 여기 거울 앞에 서서 곤란해하는 나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옷, 한 장만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이너, 액세서리, 신발에 엄청 공을 들이지 않으면 폼이 나지 않는 화려한 옷, 편안히 쉬고 싶은 휴일에 입어야지 생각했으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런 날이 오지 않아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 옷.
 
아끼는 옷이 잔뜩 걸린 옷장 속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발견하면서 나는 거기서 빼기를 제거해 나갔다.

그리고 당장 부족한 옷은 '이런 소재에 이런 기장의 윗옷' 같은 조건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두었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과 똑같은 옷을 많이 사는 더하기 모방에서는 지금껏 배울 게 없었다.
하지만 빼기 모방은 이번 여름에 이런 색상의 상의가, 이번 겨울에 이런 형태의 바지가 머스트 헤브 아이템이라는 식의 선전 문구에 놀아나는 경우와 전혀 다른 관점의 쇼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불필요하게 옷을 사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지만, 종종 탈의실 안에서 '혹시 지금도 100일 도전을 한창 진행 중이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옷을 한 벌도 사지 않겠다고 맹세할 일은 없겠지만, 여차하면 다시 단식하면 된다는 생각만으로 옷장의 통풍성이 좋아진다.
'하기'와 달리 '안 하기'의 모방은 들은 그대로 전부를 실천하지 않더라도 당장 도입해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옷 단식하기

 

4. 가장 무용한 일, 나이 세기 42p

나는 1980년 1월생으로 2000년에 딱 스무살이다.

'이대로 같은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하고, 같은 회사에 계속 다니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겠지' 하는 미래 예상도가 소리를 내며 무너진 게 스물아홉 살이다.
 
"여든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마흔은 정확히 반환 지점이다"라고 말하던 연상의 친구가 정확히 2016년, 나이 마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당시에 서른여섯 인 나도 마흔을 인생의 큰 고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부고를 접하고 한동안 망연해하던 끝에 나는 마흔을 반환 지점이라 여기는 사고방식을 그만두었다.
우리는 인생의 남은 시간을 절대로 정확히 셀 수 없다.
여든까지 산다는 보증도 없을뿐더러 오늘 밤 잠들었다가 내일 그대로 눈뜨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를 세는 일을 그만두어도 그 존재를 무시하거나 그로부터 영원히 도망칠 수는 없었다.
 
어떤 일을 그만두는 것도, 하는 것도 모두 미래의 자신을 위해 희미해 보이는 목표를 눈앞으로 확 끌어당기고자 함이 아닐까.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홀가분해지고 싶다.
나의 바람대로 앞으로 나의 마흔은 서른의 생일처럼 담담히.
가벼이 흘러가길.

 

5. 다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50p

동경의 대상, 이상적인 인생, 본보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막연하지만 때때로 미묘하게 모습을 바꾼다.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고 꿈꾸게 만드는 여자 선배들 중에는 젊은 나이에 크게 성공해 지금까지 제일선에서 활약하는 사람도 있고, 꾸준히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뒤늦게 인정받은 사람도 있다.
 
내가 동경하는 어른 여성들은 모두 하나 같이 당당하고 안정적이며 인생의 고민이나 방황 따위는 전혀 없다는 듯이 매사에 자유로워 보인다.
반대로 현재 나에게는 마흔, 쉰을 넘기기 전에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일일이 걱정하거나 고민하고 싶지 않은 인생의 무거운 짐이 너무 많다.
 
모든 것을 한 번에 정리하기는 어려워도 조금씩 가벼워지고 싶다.
특히, 나이를 먹으면서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힘껏 피하고 싶다. 
젊을 때는 당연히 좋아하던 것들을 점점 육체가 따라가지 못함을 요즘 들어 현저히 느낀다.
 
우리는 나이 들면서 마주하는 상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빛나는 에너지가 쓸데없는 곳에 낭비되지 않고 끝까지 반짝일 수 있도록.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도중에 인생이 피폐해지지 않도록.
경험의 축적에서 획득한 합리적 판단을 믿고 큰 보폭으로 꿋꿋하게 거침없이 나아가야 한다.

 

6. 하늘의 계시는 적당히 잊기로 했다 56p

예전에 잡지를 볼 때 별자리 운세는 빠짐없이 꼭 읽었고, 방송 프로그램에 오늘의 운세가 나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넋을 놓고 텔레비전을 보았다.
월말에 업무 운이 상승하고, 주 초반에 운명적인 만남이 있고, 행운의 색상은 보라색, 행운의 아이템은 개구리 관련 상품 등 운세를 읽으면 읽을수록 '마, 말도 안 된다'라고 생각했다.
 
나의 운명이 개구리 상품에 의해 좌우된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양 점성술, 손금, 관상, 사주팔자, 별자리, 혈액형, 타로 카드, 풍수, 해몽 등 구체적인 정보를 하나도 못 떠올리면 처음부터 안 보면 되는데 자꾸 점쟁이의 말을 보게 된다.
 
방황할 때, 인간은 누구나 하늘에 운을 맡기고 자신 이외의 존재로부터 받은 계시에 사물의 판단을 통째로 내던지려 한다.
  
이십 대에 호되게 연애를 경험하고 매일 아침마다 한 블로그에 들어가서 물병자리의 연애 운을 확인하던 시기가 있다.
그 일은 당시의 나에게는 몸가짐을 정리하는 행위였다.
과거의 감정을 청산하고 다음 연애에 만반으로 준비되어 있음을 손가락질로 확인하는 의식이었다.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점을 본다기보다 미신에 집착하는 꼴이 된다.
'언젠가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면 이 블로그에 안 온다'라고 다짐한 채 빗나간 뒷면만 나오는 동전만 계속 던질 뿐이다.

지금의 나는 점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점괘가 제대로 적중했기 때문이다.
서른 무렵이었나, 시모키타자와에 위치한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중년 여성의 점쟁이에게 나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하고 손금을 보여 주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당신은 서른셋이나 서른넷에 결혼하고, 삼십 대 중반에 퇴사해서 독립하고, 마흔 전에 해외로 이주한다"라고 단언했다.
무슨 말이든 금방 잊어버리는 내가 계속 기억하는 점쟁이의 말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이뿐이다.
 
서로 거나하게 취해 있었고 술 한잔 값을 대신 내주고 받은 심심풀이 감정이었다.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으니, '그 점괘, 정확하게 들어맞았어요!'하고 감사를 전할 방법도 없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때 연락처를 교환해서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말에 푹 빠져 나의 인생을 그녀에게 완전히 의존했을지도 모른다.
개구리 상품이 아니라 고가의 항아리라도, 그보다 더한 것도 그녀의 말이라면 내 돈으로 직접 샀을 것이다.
어쨌든 점괘가 딱 들어맞은 덕분에 이후로 점을 보는 일은 깨끗이 그만둘 수 있었다.

 

7. 몸이 무거워지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 62p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타인보다 살쪘다고 생각해 왔다.
이차 성징이 오면서 급격히 살이 불어났고, 특히 발레나 육상에 몰두 중인 동급생들과 나란히 걸을 때면 죽고 싶었다.
프로모델에게 요구될 만한 미용 체중을 밑돌았던 경험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표준 체중을 현저히 웃돈 적도 없다.
신장 164센티미터에, 체중 55킬로그램 전후, 체지방율 약간 높음에 건강 체질이었고 의사도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스스로는 절대 만족하지 못했다.
사실 나는 어디에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체형이었다.
 
몇 녀 전에 '이 효과는 평생 갑니다'라고 추천받아 코치의 지도하에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실천했다.
반년 정도 지나니까 6킬로그램이 빠졌는데, 나는 이때의 경험을 암묵적으로 최후의 다이어트라고 부른다.
계획대로 살이 빠진 성취감이나 운동으로 붙은 자신감은 손에서 절대로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이제는 좋아하는 다양한 음식의 당질의 높고 낮음을 혼자서도 구별할 수 있다.
'조금 더 살이 빠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면서 계속 새로운 다이어트에 손을 내밀기보다 이대로 편안히 생활해 나가자고 다짐한다.
사춘기 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었던 내 체형이 지금은 그리 밉지 않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리하게 음식을 먹어치우는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두 번 다시는 가혹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마지막 한 입을 꾹 참는 것이다.
이게 꽤 어렵다.
 
음식을 소홀히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
그릇에 한 번 담은 음식은 자기가 책임지고 전부 먹으라는 말이 잘못된 가르침은 아니다.
다만 사람마다 한계치가 다를 수 있으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때로는 남겨도 된다.
다 먹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눈앞에 남은 맛있는 음식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잃을 수 있다.
바로 자신의 건강을 말이다.
 
잘 먹고 자주 움직여 지방은 줄이고 근육을 늘려서 신체를 탄탄하게 만들면, 체력이 좋아져서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최후의 다이어트 이후로는 살을 더 빼고 싶다는 생각이 줄었다.
나에게는 56킬로그램 이하라는 자기 적정 체중리라는 마지노선이 있는데, 그 기준을 웃돌 때는 언제나 근육보다 군살이 원인이라 대개 건강도 나빠진다.
그래서 가능한 한 체중 조절에 신경 쓰지만 더는 미용 체중이나 몸매에 집착하지 않는다.
노인이 되었을 때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을 정도의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작년에 입은 청바지를 올해에도 입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8. 인간답고자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71p

"그깟 일로 안 죽는다."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친구들과의 약속에 조금 늦어도,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어도, 그 밖에 빈틈없이 착실한 사람들이 조잡한 내 행동거지를 못마땅해하더라도 그런 일로 인간을 그만두기에는 너무 이르다.
실제로 '그깟 일로 안 죽는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이유가 있다.
빈틈없이 살려다가 그 압박으로 다 죽어 간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십 대 후반에 꽤 오랫동안 잠을 못 잤다.
일은 분명 즐거운데 심신은 매우 나쁜 상태였다.
회사에서 야근한 후 막차나 택시를 타고 혼자 사는 집에 돌아오면 몸은 밥 먹을 기운도 없이 완전 녹초가 되어, 바로 뻗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잠들지 못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메일을 확인하고 과제를 정리하고, 메신저로 지인이 말을 걸면 붙임성 좋게 소통하려 애쓰다가 잠시 한숨을 돌리려 지뢰 찾기 게임을 켠다.
지뢰밭의 지뢰를 제거하는 이 게임을 계속 클릭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된다.

나는 내가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인 줄 알았는데 심료내과에 가서 진찰받은 결과, 그 전 단계인 불면증이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제대로 해야 하는데, 실수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을 헛되이 버리고 있어요"라고 호소하는 나에게 의사는 "당신은 천성이 완벽주의예요.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어요. '아무것도 못하는'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요?라고 조언했다.
 
젊고 기운이 남아돌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째서 건강을 잃어버렸을까.
정신과 육체에 계속 결여되어 있던 아무것도 안 하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지뢰 찾기로 과잉 집중된 듯했다.
어쩌면 사람은 영혼의 배터리가 0퍼센트가 되면 인간으로 살아갈 기능을 상실하는 게 아닐까.

 

요리를 못하겠으면 컵라면으로 때워도 된다.
놀러 나갈 기운이 없으면 근처 목욕탕에서 느긋하게 몸을 녹이면 된다.
연애에 휘둘려 지낸다면 연애를 그만두면 된다.
건강을 해칠 것 같으면 다른 방식으로 일하면 된다.
게으름뱅이라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꾸중을 들어도 괜찮다.
의지만 강하고 나머지는 헛돌면 그게 더 위험하다.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자신을 탓하더라도 자신의 시간이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조금 기운을 차릴 무렵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앞으로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했다.

예전과 비교해 볼 때 수입의 흥망성쇠는 냉혹하지만 원래 사치는 부리지 않는 타입이고, 다행히 아직 손대지 않은 저축 통장도 남아 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생활을 되찾았다.
 
일본에서 떨어져 생활하다 보니 업무 중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작업이 중단되는 일도 없고 내키지 않는 파티에 참가할 의무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산적이지 않은 인내나 고행을 할 필요가 없다.

어쩌다 갖는 미팅 이외에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생활 중이지만 이런 나도 완수해 낼 일이 있다.
서투른 분야가 있지만 잘하는 분야도 있다.
또 납세의 의무를 다하며 그럭저럭 사회공헌도 실천하고 있다.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로부터 강요받는 헛된 수고를 줄여 나가는 만큼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만들고 있다.
세상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정말로 많다.

 

위의 글은 도서 내용의 일부이며, 특히 더 마음에 드는 부분만 올려 보았습니다.

 

마흔에는 홀가분해지고 싶다 제2장 - 오카다 이쿠

제2장 그만두고 나서 얻은 마흔의 아름다움 9. 내 모습 그대로가 아름답다 83p 나는 여자이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을 하면 여자로 보일까, 저것을 하면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

choijiwoo218.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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