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오래 전 가지고 있던 엄청난 양의 책들과 두꺼운 양장앨범들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어요.
책은 모두 인터넷 중고서적에 판매를 하고
사진들은 조금이라도 가볍게 보관하기 위해
클리어 화일을 여러 권 구입해서 사진 뒷면에 양면 테이프를 붙이고 A4용지에 깔끔하게 정리해 화일에 끼워서 보관을 하게 되었지요.
- 이제 가벼워 졌어 -
하며 흡족해 하고 지내기를 여러 해가 지나가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부모님 앨범까지 가지고 와서 역시 클리어 화일에 정리하고 난 후
책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화일들이 또 짐짝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화일에 정리해 둔 사진들을 모두 꺼내서 지퍼백에 담아 보관하기로 했어요.
사진 뒷면에 붙어있던 양면테이프와 테이프 흔적을 떼어내느라 손가락이 아플 정도였어요.
또 다시
- 이제 진짜 가벼워 졌어 -
종류별로 분류해서 지퍼백에 담아 서랍에 보관했어요.
그런데 또 몇달 전 부터 서랍에 들어있는 것 조차 짐으로 다가오는 거죠.
가지고 있던 제 사진들에 부모님, 다른 가족들 사진까지 모두 가지고 있으니 봉투에만 담아 보관했어도 적은 양은 아니지요.
사실 지난 날 사진을 들여다 보는 일은 거의 없잖아요.
아니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가족들 사진은 가슴이 미어져서 더 못보겠고.
이번에 사진 정리하면서도 많이 울었거든요.
보고 싶고, 그립고, 미안하고, 고맙고, 슬프고, 죄인이 된 것 같은 그런 아픈.
아버지 군대시절 사진.
우리 아부지는 자랑스러운 적근산의 유격대.
보시는 분 중에 같은 사진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있을까요?
1960년 전후의 아주 오래된 작은 사진이에요.
옛날 사진은 작고 크기와 사이즈도 다양해요.
엄마 결혼 전 사진.
오직 가족밖에 모르던 울엄마.
옛날 흑백사진은 재질 특성인건지 휘어짐이 심해서 뒷면에 양면 테이프를 붙여 두꺼운 종이에 펴서 붙이고 사진을 찍어야 돼요.
스캔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복합기의 기능이 부족한지 폰으로 찍는 것보다 화질이 떨어지네요.
그래서 모든 사진들을 폰으로 여러 장씩 찍어서 가장 잘 나온 걸로 골라야 돼요.
모든 사진들을 찍어서 고르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 후의 컬러 사진들은 좀 더 크기 때문에 양면 테이프를 붙이지 않고 휘어짐 있는 화이트보드에 자석으로 고정을 하고 찍고 휘어지지 않은 사진은 책상에 놓고 찍었어요.
사진이 크기 때문에 깔끔하게 찍을 수가 있어요.
광택지 사진은 빛반사가 심해서 흐린날 낮에 찍는게 가장 좋아요.
여러 가지 조명기구가 있으면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요.
가지고 있는 사진 모두 정리하는데 한 달이 훨씬 넘게 걸렸어요.
다른 일 아무것도 안하고 사진만 열심히 찍고 고르고 했어요.
모두 각자의 파일을 만들어 보관하다가
며칠 전 각각의 영상으로 만들었어요.
그렇게 사진 파일과 영상을 메모리와 블로그, 갤러리 등 여러 곳에 보관하고 있어요.
자리 차지하지 않고, 여러 곳에 보관하고 있으니 혹여라도 한 곳이 문제가 생겨 날아가간다 해도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으니까 걱정이 없어요.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추억이 돋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부모님과 다른 가족들사진 정리 후 버릴 때 가장 많이 속상했어요.
그렇게 한 장 한 장 사진 찍으면서 울고,
종이 사진 버리면서 울고,
영상 만들면서 울고,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집안에 물건을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종이 사진은 만일의 경우 화재나 지진 같은 어떤 재난이 있을 때에는 지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정리해서 보관하는 방법이 맞다고 봐요.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기에 후회하지는 않아요.
다만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가족들 손때묻은 사진을 버린게 아직도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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